[뉴 테크놀로지] 도면 수천장을 3D로… 設計 오류가 사라졌다_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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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컨'으로 공사비 100억원 절약

주차장 진입 경사로 등 시공 전에 검증… 구조물 겹치는 '공종 간 간섭' 바로잡아
각종 설비·동선 위치도 효율적으로 개선… 배기구·케이블 등 재조정… 경로 최적화


고층 빌딩과 같은 건축 프로젝트의 성패는 사전에 설계도(設計圖)를 완벽하게 만들고 시공 과정에서 정확하게 구현하는 일에 달렸다. 하지만 100%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사를 하다 보면 설계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고 반대로 설계도는 완벽한데 시공이 잘못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GS건설이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프리 컨스트럭션(프리컨·Pre-construction)'은 이런 오류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공사 진행 방식이다. 내년 7월 완공할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호텔·오피스빌딩 '파르나스 타워'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설계 과정에 시공사도 참여"

'프리컨'은 건축 설계 과정에 발주처와 설계 회사뿐만 아니라 시공사도 참여한다. 시공사가 설계도대로 공사가 가능할지를 검증한 후 시공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발주처와 시공사 사이에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이 벌어진다. 오류의 원인이 설계도에 있다면 발주처가 책임을 지게 된다. 반대로 시공이 잘못됐다면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 이런 갈등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최초 설계 당시보다 비용이 증가하는 원인이다.

'프리컨' 방식은 시공사가 설계부터 참여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시공사 책임으로 명확히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발주처는 시공 오류로 인한 비용 증가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시공사도 정밀한 설계 검증 능력만 있다면 공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줄일 수 있어 손해 볼 것이 없다.

"3D 활용한 검증으로 공사비 100억원 절감"

프리컨 방식에서는 설계도 검증을 위해 3D(3차원) 설계도 기법을 사용한다. 건물 크기에 따라 최대 수천 장에 달하는 설계도면을 컴퓨터에 3D로 구현한 뒤 실제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파르나스 타워'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설계 오류를 사전에 알아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았다. 예를 들어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경사로의 경우 진입로를 받치는 뼈대와 공사용 임시 철제 구조물의 위치가 서로 겹쳐 설계대로 시공할 수 없는 부분이 여럿 발견됐다. 이런 경우를 공종(工種) 간 간섭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시공에 들어가야 오류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시공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프리컨' 방식에서는 미리 설계 도면만 수정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설비나 동선(動線)을 최적 위치에 배치하는 것도 '프리컨'으로 가능하다. '파르나스 타워' 연회장이 들어서는 지상 4층 주방은 처음엔 천장을 2.6m로 설계했다. 하지만 3D 설계도 분석 결과 배기구와 케이블 설치 등을 감안하면 3m로 높이는 게 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 측은 "당초 설계대로 시공했다면 최악의 경우 재시공으로 막대한 공기(工期) 지연과 비용 낭비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파르나스 타워의 경우 프리컨 방식으로 사전 제거한 공종 간 간섭이 6572건에 달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절감한 공사비만 100억여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리컨' 방식의 공사 계약이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인천에 짓는 한 금융그룹의 통합전산센터 공사는 국내 최초의 프리컨 방식으로 발주된 공사로 현재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프리컨을 통한 공사가 일반적이다. 조성원 GS건설 건축프리컨팀 부장은 "건축물의 외관이 점차 불규칙해지면서 공사 과정에서 시공 오류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프리컨을 사용하면 공사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발주처와 시공사의 분쟁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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